성장소설 추천) 나는 어떤 귤이까? [귤의 맛] 리뷰 - 조남주 장편소설

책을 소개해요


저자 조남주
출판 문학동네
출간 2020.05.28


<82년생 김지영>을 쓴 조남주 작가의 글이다. 아파트 도서관에서 책을 종종 빌려 있는데 이 책은 청소년 문학으로 분류되어 있어서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러다 읽고 싶은 책이 딱히 없고 내용이나 장르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이... 조남주 작가라는 말과 출판사가 문학동네여서 한번 읽어보게 되었다(문학동네 책은 실망시키는 법이 적어서... 그리고 82년생 김지영이란 책 또한 대한민국의 여자, 엄마로 살고 있는 내게 굉장히 현실적이고 그래서 아프게 다가와 큰 공감이 되었던 책이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다윤, 소란, 해인, 은지이다.
(주인공 네 명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각자의 삶과 과거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부분이 많아서... 등장인물들이 꽤 많다. 나는 외국책이든 우리나라 책이든 등장인물들이 많아지면 누가 누구인지 헷갈려지기 시작해서... 간단하게 이름과 특징을 메모해서 읽는 것을 추천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꾸 앞에 읽었던 부분을 다시 되짚어가게 될 것이다)
중학생 소녀 네 명의 우정 이야기와 각자의 삶과 생각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그 시절 나의 모습을 찬찬히 생각해보게 하는 글이다. 미성숙하고 어리석으나 순수하고 진실되었던 그때...


좋았던 글들과 나의 생각..

소란은 동그랗고 탱탱한 귤 하나를 따서 돌려 가며 소매에 문질렀다. 먼지가 닦이자 까먹기 아까울 정도로 귤껍질이 반짝거렸다. 은지의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초록색일 때 수확해서 혼자 익은 귤, 그리고 나무와 햇볕에서 끝까지 영양분을 받은 귤. 이미 가지를 잘린 후 제한된 양분만 가지고 덩치를 키우고 맛을 채우며 자라는 열매들이 있다. 나는, 그리고 너희는 어느 쪽에 가까울까.

귤의 맛 p.161

이 글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나는 어느 귤이었을까?
가지가 잘리고 제한된 양분만으로 덩치를 키우고 맛을 채우며 자란 귤...
이게 내 모습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에 씁쓸해진 마음과
또 한 아이의 부모가 된 나는 아이에게 오랫동안 좋은 햇볕과 양분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절박하고 뒤틀리고 아슬아슬한 약속. 그 선택으로 인해
대학이, 진로가, 미래가, 인생이 뒤집힐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알았지만 감수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냥 순간의 여러 감정과 계산이 빚어낸 결과였다. 겨우 열여섯. 밤이었고, 넷이 함께 온 첫 여행이었다. 어느 정도는 충동적인 판단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니었다. 진심이 아닌 것도 아니었다.

귤의 맛 p.169

때론 어떤 약속이나 결심이나 말들은 그날의 분위기나 감정들에 의해 충동적으로 결정된다. 그리고 이성의 지배가 더 큰 순간이 오면 그것들은 흐지부지 되거나 물거품이 될 때가 있다.
한 순간의 마음이었을지라도 그 마음이 진심이 아닌 것은 아닌데...
가끔 그걸 알면서도 마음이 속상할 때가 있다.
그때의 잠깐이었을 그 진심조차 부정하지 말자...
그 마음을 가진 사람 또한 그였음을...


은지는 처음으로 잘못하지 않아도 불행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모두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일에 영향을 받고 책임을 지고 때로는 해결하면서 살아간다는 사실도.

귤의 맛 p.120


어른이 되어 간다는 것은 이런 일들을 깨달아 가는 것 같다.
나의 잘못이 아님에도 불행에 질 수 있고, 가끔은 그것들을 책임지고 해결해야 하는 일들이 생긴다는 것..
더불어 세상은 공평하지고 공정하지도 않다는 것.
세상이 그런 곳임에도 힘을 내어 살아가고 또 나의 길을 가는 것.


다윤은 특목고에 확신이 없었고 가족들을 아프게 하고 싶었다. 해인은 집안에 경제적인 부담을 주고 싶지도 아빠의 소원을 이루어 주고 싶지도 않았다. 은지는 엄마를 실망시키지 않으면서 친구들도 잃고 싶지 않았다. 각자의 계산과 계획이 있었다. 제주도의 밤, 그 약속도 중요했지만 가장 중요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모두 스스로에게 최선의 선택을 했을 뿐이다.
그러나 정작 소란은 자신의 계산과 계획을 알 수 없었다. 아직 아무것도 알 수 없다. 낙오되는 것 같고 불안할 때도 있었다. 그래도 된다고 생각한다. 천천히 답을 찾아가면 된다고. 아직은 그럴 나이라고.

귤의 맛 p.205



전체적인 리뷰


리뷰글을 올리려고 책 사진을 찍는데
아이가 그림을 그려서 책에 테이프로 붙여 놓은 게 귀엽고 웃겨서 한참을 웃었다.
늘 지금처럼 귀여운 초딩이었으면 좋겠지만 이제 곧 사춘기가 올 것이다.
점점 부모보다 친구랑 노는 게 더 즐거운 것 같은 모습을 볼 때마다 느낀다.
작가의 말처럼 성장은 때때로 버겁고 외로운 일이다.
나 또한 질풍노도의 중학교 시절을 거쳤는데
내 아이가 그 시절을 거쳐야 된다고 생각하니 두렵기도 하고 마음이 짠하기도 하다.
아직은 멀었지만 언젠가 그날이 온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괜찮아, 그럴 수 있어.
그래도 될 나이야...
힘들 땐 내게 기대... 나무처럼 조용히 옆에 있을게...
널 항상 응원할게! 널 위해 기도하는 사람이 있음을 잊지 마.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