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자 선언 (판사 문유석의 일상유감)- 문유석

이 책의 기본 정보입니다

저자 문유석
출판 문학동네
출간 2015.09.23.


개인주의자 선언은 어떤 책 일까요?

나는 ‘감히’ 합리적 개인주의자들의 사회를 꿈꾼다! 근대적인 의미에서 ‘개인’이란, 한 명의 시민으로서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합리적으로 수행하는 자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개인은 어떤 모습인가? 집단의 화합과 전진을 저해하는 배신자. 그러하기에 한국에서 개인으로 살아가기란 어렵고 외로운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개인주의’야말로 르네상스 이후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 문명의 발전을 이끈 엔진이었다. 『개인주의자 선언』은 현직 부장판사인 문유석이 진단한 한국사회의 국가주의적, 집단주의적 사회 문화를 신랄하게 파헤친 책이다. 저자는 가족주의 문화가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수많은 개인들이 ‘내가 너무 별난 걸까’ 하는 생각에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자신의 욕망을 제풀에 꺾어버리며 살아가는 것은 거꾸로 건강하지 못한 사회 공동체를 구성하는 원인이 된다며 경고한다. 따라서 저자는 개인으로서, 시민으로서 서로를 바라보고 대화하고 타협하고 연대하는 자세가 필요함을 역설한다. 그래야만 진영논리만이 확연한 정치, 과잉된 교육열과 경쟁 그리고 공고한 학벌사회, 서열화된 행복의 기준 같은 고질적인 한국사회의 문제들을 구조적으로 바꿔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기주의’와 동의어로 오해받는 ‘개인주의’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할 때가 아닐까.
제공kyobo

전 판사. 현 작가. 문유석님은...

문유석
소년 시절, 좋아하는 책과 음반을 쌓아놓고 홀로 섬에서 살고 싶다고 바랐을 정도로 책 읽기와 음악을 좋아했다. 1997년부터 판사로 일했으며 2020년 법복을 벗고 사임했다.
책벌레 기질 탓인지 글쓰기도 좋아해 법관으로서, 한 시민으로서,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틈나는 대로 기록해왔다. 칼럼 「전국의 부장님들께 감히 드리는 글」로 전 국민적 공감을 불러일으킨 바 있으며, 자신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JTBC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의 대본을 직접 맡아 다시 한번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지은 책으로 『개인주의자 선언』 『미스 함무라비』 『쾌락독서』 『판사유감』이 있다.
제공 알라딘


인상깊은 구절을 나누어요

어른이 되어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가정이든 학교든 직장이든 우리 사회는 기본적으로 군대를 모델로 조직되어 있다는 것을. 상명하복, 집단 우선이 강조되는 분위기 속에서 개인의 의사, 감정, 취향은 너무나 쉽게 무시되곤 했다. `개인주의`라는 말은 집단의 화합과 전진을 저해하는 배신자의 가슴에 다는 주홍글씨였다. 나는 우리 사회 내에서가 아니라 법학 서적 속에서 비로소 그 말의 참된 의미를 배웠다. 그 불온한 단어인 `개인주의`야말로 르네상스 이후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 문명의 발전을 이끈 엔진이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경우 이 단어의 의미를 조금씩 배우기 시작한 것은 민주화 이후 겨우 한 세대, 아직도 걸음마 단계인 것이다.
한 개인으로 자기 삶을 행복하게 사는 것만도 전쟁같이 힘든 세상이다. 학교에서 살아남기 위해, 입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취업관문에서 살아남기 위해, 결혼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일하며 아이를 키우는 고통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 아이가 다시 이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도록 지키기 위해. 그런 개인들이 서로를 보듬어주고 배려해주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또 그렇기에 얼마나 귀한 일인가.
악을 행하는 악마보다 선악 구분조차 없는 백지상태의 야수가 더 무섭다. 자기 행동의 의미를 성찰할 줄 모르는 무지야말로 가장 위험한 야수인 것이다. 그리고 이 야수를 문명의 굴레에서 풀어준 것은 무소불위의 정치권력이다.
야근이 생활화된 파산부에서 일하다 보면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우리도 돌려막기를 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을 돌려서, 건강을 위해 운동할 시간을 돌려서, 아름다운 음악과 책을 즐길 시간을 돌려서, 그저 몰려드는 일을 막아 내는 데 쓰며 살고 있는 것 아닐까. 일만 하다 보면 어느새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누구를 위해서 하고 있는지를 잊기 쉽습니다. 그게 진짜 중요한 것인데 말입니다.
만국의 개인주의자들이여, 싫은 건 싫다고 말하라. 그대들이 잃을 것은 무난한 사람이라는 평판이지만, 얻을 것은 자유와 행복이다. 똥개들이 짖어대도 기차는 간다.
서 교수가 이야기하는 또 한 가지 중요한 행복의 메커니즘은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는 것이다. 이건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옛말의 지혜와 같은 이야기다. 아무리 대단한 성취나 환희도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고 무덤덤해지고 만다는 것이다
...
이런 메커니즘 때문에 행복 전략에 있어 큰 것 한방보다 다양하고 자잘한 즐거움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것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 심리학의 연구성과다.
한국사회의 윤리관이 현대 민주사회의 시민의식보다는 유교적 가족공동체의 인륜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
윗사람의 허물을 들춰내는 건 그 허물보다 더 큰 잘못이 되고 패륜으로 지탄받는다.
법관들도 말에 대해 주의하고 반성하기 위해 전문가의 강의를 듣는다. 그때 배운 것이 있다. 데이의 [세 황금 문]이다. 누구나 말하기 전에 세 문을 거쳐야 한다.`그것이 참말인가?` `그것이 필요한 말인가?` `그것이 친절한 말인가?`
흔히들 첫 번째 질문만 생각한다. 살집이 좀 있는 사람에게 `뚱뚱하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이 아니다. 그러나 참말이기는 하지만 굳이 입 밖에 낼 필요는 없는 말이다. 사실 필요한 말이 아니면 하지 말라는 두 번째 문만 잘 지켜도 대부분의 잘못은 막을 수 있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필요 없는 말로 남에게 상처를 주며 살아가고 있는지...
더 나아가 진심으로 충고하고 싶다면 말을 잘 골라서 `친절하게` 해야 한다. 옳은 충고도 `싸가지없게` 하면 상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진심이 담긴 필요한 말이라고 해도 배려심 없이 내뱉으면 그것이 진실이기 때문에 더 상대에게 깊은 상처를 줄 수도 있다.
남부럽지 않게 살고 싶다는 집착 때문에 인생을 낭비하는 이들을 접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그냥 남을 안 부러워하면 안 되는 건가. 남들로부터 자유로워지면 안되는건가.
우리가 불행한 이유는 결국 우리 스스로 자승자박하고 있기 때문 아닐까

나의 감상평..

우리나라 작가님 중 가장 좋아하는 분은 김영하 작가님과 문유석 작가님이다.
제목이 맘에 들어서 집어 들었던 이 책은 홀리듯 앉은자리에서 몇 시간 만에 다 읽고 작가님의 다른 책들도 찾아 읽어보게 되었다. 신랄하고 정확하고 명료한 글이 어디가 가려운지 몰랐던 그곳을 속 시원하게 긁어준 느낌이랄까?
본문에 나와 있는 작가님의 인생관은 평소 나의 지론과 같았다.

나는 그저 이런 생각으로 산다.
가능한 한 남에게 폐나 끼치지 말자.
그런 한도 내에서 한번 사는 인생 하고 싶은 것 하며 최대한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자.
인생을 즐기되,
이왕이면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남에게도 좀 잘해주자.
큰 희생까지는 못하겠고 여력이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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